요르디 브루일라드(19)가 숨진 채 발견된 것은 지난달 27일이었다. 벨기에 헨트에 있는 한 휴양공원에서다. 산책 나온 주민의 개가 숲속 텐트 안에서 그를 찾아냈다. 사인은 자연사. 무더위 속에서 물과 음식을 먹지 못해 이틀 전 굶어 죽은 것으로 추정됐다.
벨기에는 충격에 빠졌다. 국민소득이 세계 상위권에 드는 나라에서 팔팔한 청년이 굶어 죽었다는 점, 돌보는 이 하나 없이 혼자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청소년단체 종사자 두 명이 공개 서한을 올렸다. 요스트 본터는 “궁핍과 외로움 속에 살고 있는 낙오자들이 많지만 우리는 적절히 지원하기보다는 잘라내기에 급급했다”면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예프 베르벡이라는 시민은 장례라도 제대로 치러주자며 소셜미디어로 모금에 나섰다. 그는 “19세 청년이 아무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쓸쓸히 죽었다는 게 너무 미안하고 가슴이 아프다”면서 “함께 살았던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작별인사라도 나누고 떠나보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호소했다. 순식간에 270여명이 장례 비용의 두 배인 1만유로를 기부했다. 지난 8일 헨트 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장례식이 열려 이미 화장된 청년을 떠나보냈다.거리선도원 한스 보딘은 “어떤 사람들은 네 의지에 따라 선택했으니 너의 책임이라고도 하지만 그건 공평하지 않다”면서 “네가 원했든, 원치 않았든 우리는 너를 좀 더 적극적으로 끌어안았어야 했다”고 반성했다.
브루일라드는 부모가 일찍 이혼하는 바람에 어린 시절을 청소년 보호시설에서 보냈다. 어머니와는 교류가 끊겼고, 재혼한 아버지에게 배다른 자녀가 셋이나 있어 브루일라드까지 챙길 여력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브루일라드는 보호시설에 있을 때만 해도 행복해 했다고 친구들은 전했다. 직업교육도 받았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다.
문제는 18세가 되면서 생겼다. 벨기에는 법적으로 만 18세부터 성인이다. 당사자가 원하면 보호시설에 계속 머물 수는 있지만 대부분 독립을 택한다. 브루일라드도 그랬다. 그는 자신의 두 발로 일어서고 싶어 했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취업은 안되고 도움을 청할 곳도 마땅치 않았다. 법적으로만 성인일 뿐 스스로의 삶을 통제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브루일라드가 범죄를 저질렀거나,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있거나, 약물을 복용했더라면 별도의 대책이 있었을 것이다. 그는 자잘한 사고와 문제를 일으켰지만 이 분류에 들어갈 정도는 아니었다. 보도에 따르면 이처럼 무방비 상태로 사회로 나오는 ‘초보 어른’이 매년 1000명에 이르며, 노숙인시설에 위탁 중인 사람 3분의 1가량이 청소년 보호시설 출신이다.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의 사회보호망이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브루일라드 사건은 고독사가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사회가 발달할수록, 그리고 계층 간극이 벌어질수록 소외로 내몰리는 사람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청소년 보호시설에 있다가 독립한 23세의 한 여성은 언론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보호시설 청소년들이 얼마나 어려움을 겪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는 다시는 따뜻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없고,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현실과 매일매일 마주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독립했을 때 요리 등 내 스스로를 돌볼 준비는 돼 있었지만 외로움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감수성이 예민한 젊은이들이 공동체 밖으로 내몰리면 그들이 갈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 브루일라드처럼 비참하게 도태되거나, 사회를 위협할 내부의 적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복지도 잘 돼 있고 경쟁도 덜한 벨기에에서 발생한 한 청년의 고독사가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는다.